매달 대출 이자 나간다는 친구 말을 들으면서 '나는 그런 부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으셨나요? 저도 전세로 살던 몇 년 동안 그랬습니다. 그런데 2년이 지나 전세 만기가 다가왔을 때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나서야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자 안 낸 돈이 그냥 사라져 있었습니다.

무주택자 전략 (명목수익률, 시세차익, 책임저축)


이자 안 내는 게 절약이라는 착각

일반적으로 무주택자는 주담대 이자가 없으니 그만큼 여유롭다고 알려져 있지만, 저의 경험상 그 여유는 대부분 소비로 흘러갔습니다. 맛있는 것 먹고, 여행 한 번 더 가고, 갖고 싶던 물건 사는 데 쓰였습니다. 하나하나는 소소한 지출이었는데, 모이니까 꽤 큰 금액이었습니다.

집을 산 친구는 달랐습니다. 매달 이자를 내면서 어쩔 수 없이 그 돈만큼은 강제로 묶였습니다. 저는 묶인 돈이 없으니 자유로웠지만, 그 자유가 자산을 만들어주지는 않았습니다. 편안함과 자산 축적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바인딩 효과(Binding Effect), 즉 묶임 효과입니다. 묶임 효과란 강제적인 지출 구조가 역설적으로 자산을 보호해주는 현상을 말합니다. 주담대 이자는 고통스럽지만, 그 고통이 소비를 막고 자산 형성을 강제하는 역할을 한다는 뜻입니다. 무주택자에게는 이 구조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명목수익률로 따져본 아파트의 실제 가치

그렇다면 집을 산 사람은 실제로 얼마나 벌고 있는 걸까요? 이걸 이해하려면 명목수익률(Nominal Rate of Return) 개념부터 짚어야 합니다. 명목수익률이란 물가 상승이나 세금 등을 제외하기 전, 표면적으로 보이는 수익률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집값 상승분을 집값으로 나눈 비율입니다.

2024년 기준 서울 중위 가격 아파트는 9억 5,250만 원, 전세가는 5억 4,000만 원 수준입니다. 만약 이 집을 월세로 돌린다고 가정하면, 전세가 1억 원당 월세 50만 원, 즉 연 6% 기준으로 최대 3,240만 원의 현금 흐름이 발생합니다. 이 금액을 집값으로 나누면 명목수익률은 3.41%가 나옵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주택 투자의 요구 수익률(Required Rate of Return)은 최소 5% 이상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요구 수익률이란 투자자가 해당 자산에 기꺼이 투자하기 위해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익률로, 거래 비용, 보유세, 기회비용 등을 고려해 산출합니다. 그런데 3.41%밖에 안 되는 집을 9억 5천에 사는 이유가 뭘까요? 시장이 나머지 1.59%는 가격 상승으로 채워질 거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시장의 미래 가격 상승 기대치입니다.

이 기대치를 그대로 10년에 적용해 보면, 서울 중위 가격 아파트의 10년 후 예상 시세 차익은 약 1억 5,770만 원이 됩니다. 여기에 예상보다 조금 더 오를 가능성을 고려해 120%로 잡으면 약 1억 8,924만 원이 됩니다. 제가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좀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막연하게 '집 안 사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던 게 흔들렸습니다.

시세차익을 역산하면 월 저축 목표가 보인다

여기서부터가 핵심입니다. 집을 산 사람이 10년 동안 약 1억 8,924만 원의 시세 차익을 얻는다면, 집을 사지 않은 사람은 그만큼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합니다. 현재 적금 금리 2.5% 기준으로 역산하면, 10년 안에 1억 8,924만 원을 모으려면 매달 약 143만 원을 저축해야 합니다.

그런데 서울 중위 가격 아파트를 4억 1,000만 원 대출로 산 경우, 4.2% 금리에 35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Principal and Interest Equal Payment) 방식으로 갚으면 월 상환액이 약 186만 5,000원입니다. 원리금균등분할상환이란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합쳐 같은 금액을 갚아나가는 방식으로, 초기에는 이자 비중이 높고 갈수록 원금 비중이 늘어납니다. 이 중 이자만 따로 떼면 월 약 143만 5,000원입니다.

집을 산 사람이 내는 이자와, 집을 안 산 사람이 해야 할 저축액이 거의 같은 수준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결국 무주택자는 이자를 안 내는 게 아니라, 이자를 낼 돈을 저축으로 돌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전세 2년을 보냈습니다.

6대 광역시 기준으로도 비슷하게 적용됩니다. 대구 수성구 3억 1,000만 원대 아파트의 경우, 시장이 예측하는 연간 상승률은 약 1.13%로, 10년 시세 차익 예상치에 120%를 곱하면 약 4,240만 원입니다. 이를 10년 동안 2.5% 금리 적금으로 모으려면 매달 약 32만 원이 필요합니다. 1억 1,000만 원 대출 기준 이자가 월 38만 5,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지방 아파트는 저축 부담이 훨씬 작습니다.

아래는 두 지역의 핵심 수치를 비교 정리한 것입니다.

  1. 서울 중위 아파트(마포구 32평, 9억 5,000만 원): 명목수익률 3.41%, 시장 기대 상승률 1.59%, 10년 예상 시세차익 1억 8,924만 원(120% 기준), 무주택자 필요 월 저축액 약 143만 원
  2. 6대 광역시 중위 아파트(대구 수성구, 3억 1,000만 원): 명목수익률 3.87%, 시장 기대 상승률 1.13%, 10년 예상 시세차익 4,240만 원(120% 기준), 무주택자 필요 월 저축액 약 32만 원
  3. 두 경우 모두 집을 산 사람의 월 이자 부담과 무주택자가 채워야 할 월 저축액이 거의 일치하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수렴한다

무주택이 문제가 아니라 책임저축을 안 하는 게 문제다

집을 살지 말지는 개인의 선택입니다. 저도 그 선택 자체를 두고 옳고 그름을 따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무주택이면서 아무것도 안 묶어두는 것은 분명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주담대 이자가 안 나간다는 것을 일종의 절약이나 여유로 받아들이는 순간, 그 돈은 소비로 증발합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출처: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 서울 아파트의 중위 거래가격은 꾸준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 흐름은 장기 보유 실수요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해 왔습니다. 시장이 예측하는 상승률이 낮더라도, 장기 복리(Compound Interest) 효과가 붙으면 시세 차익의 절대 금액은 커집니다. 복리란 원금에 이자가 붙고, 그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는 구조로, 시간이 길수록 위력이 강해집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출처: 한국은행) 우리나라 가구의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은 여전히 70% 내외로 높습니다. 이 구조에서 무주택자가 금융 자산만으로 자산 격차를 좁히려면 더 명확한 저축 목표와 실행이 필요합니다. '나중에 모아야지'는 계획이 아닙니다.

책임저축이란 말이 처음에는 좀 딱딱하게 들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걸 다르게 해석하게 됐습니다. 집을 사지 않겠다는 결정은 괜찮습니다. 다만 그 결정에 상응하는 금융 행동을 스스로 설계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서울 기준 월 143만 원, 지방 기준 월 32만 원. 이 숫자가 무주택자의 최소 기준선입니다.

무주택자로 사는 것 자체가 손해는 아닙니다. 다만 그에 상응하는 저축과 투자를 병행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 격차가 벌어지는 구조가 됩니다. 집을 살지 말지보다 지금 제가 그에 상응하는 돈을 묶어두고 있는지를 먼저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그 질문을 2년 늦게 던진 게 아직도 아쉽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또는 부동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FyDKtgdRq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