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BMI 지수 (허세 기준, 유지비, 소비 전용)
직장 생활 몇 년 차가 되니까 주변에서 슬슬 차를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하나둘 좋은 차로 갈아타는 걸 보면서 저도 모르게 "나는 뭘 타고 있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 역시 그 고민을 꽤 오래 했습니다. 차량 BMI 지수라는 기준을 알고 나서야 그 고민이 정리됐습니다.
차량 BMI 지수, 허세의 기준선
차량 BMI 지수(Car Affordability Index)란 차량 구입 가격을 6개월 치 월소득으로 나눈 값입니다. 쉽게 말해 내가 타는 차가 내 소득에 비해 적정한지 수치로 확인하는 방법입니다. 이 값이 0에서 0.7 사이라면 물욕이 거의 없는 편이고, 0.7에서 1.5 사이가 정상 범위입니다. 1.5를 넘기면 허세 신호, 2를 넘기면 고도 허세, 2.5를 초과하면 재무적으로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 기준을 접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이 정도 기준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직접 계산해보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눈여겨보던 차의 BMI 지수가 2를 훌쩍 넘었습니다. 숫자 하나가 막연한 고민을 냉정하게 정리해줬습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지수가 완벽한 기준이라기보다 출발점으로서 유용하다고 봅니다. 월소득이 같더라도 부채 규모, 자녀 수, 주거 형태에 따라 여력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 차가 내 소득 대비 얼마나 무거운지"를 한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어떤 복잡한 계산보다 직관적으로 와닿는 지표였습니다.
실제로 이 기준을 적용해 차량 선택의 적정성을 판단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 BMI 0~0.7: 허세 없음. 소득 대비 매우 실속 있는 선택
- BMI 0.7~1.5: 정상 범위. 9개월 치 월소득 이내의 차량이 기준
- BMI 1.5~2.0: 허세 구간. 소비 구조 점검이 필요한 시점
- BMI 2.0~2.5: 고도 허세. 다른 지출을 희생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음
- BMI 2.5 초과: 재무적으로 위험한 수준. 구조적 재검토 필요
한 가지 더 짚고 싶은 건, 이 지수가 차량 구입 시점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소득이 오르거나 내릴 때, 혹은 가족 구성이 바뀔 때마다 다시 계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차는 한 번 사면 끝이 아니라, 그 순간부터 �긴 소비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차 가격보다 더 무서운 유지비
차를 살 때 대부분 차 가격만 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감가상각(Depreciation)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감가상각이란 자산의 가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줄어드는 것을 뜻합니다. 차량은 구입 직후부터 가치가 떨어지는 대표적인 감가 자산이어서, 10년 후 중고 시세를 고려하면 실질 비용은 구입가보다 훨씬 큽니다.
예를 들어 9,000만 원짜리 BMW 하이브리드를 구입한다고 하면, 차 가격 외에 자동차세, 보험료, 유류비, 정기 점검비가 매달 쌓입니다. 하이브리드라 연료비는 다소 줄겠지만, 전체 월 유지비는 보수적으로 잡아도 160만 원에서 170만 원 수준으로 추산됩니다. 5,000만 원짜리 국산 SUV도 월 유지비가 110만 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차 가격 차이보다 유지비 차이가 더 장기적으로 지갑을 압박한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재무 설계 관점에서 교통비 지출 비율은 월 가처분소득의 5~7%를 넘지 않는 것이 권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처분소득(Disposable Income)이란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제외하고 실제로 쓸 수 있는 소득을 말합니다. 맞벌이 세후 월 수령액이 1,200만 원인 가구라면 교통비 적정선은 70만 원에서 80만 원 사이입니다. 그런데 월 유지비가 160만 원을 넘어간다면 이미 기준의 두 배를 넘긴 셈입니다.
저도 차를 바꾸기 전에 이 계산을 직접 해봤습니다. 제가 고려하던 차의 월 유지비를 12개월로 곱하니 1년에 약 2,000만 원 가까운 돈이 차에 들어가는 구조였습니다. 그 돈이 ETF 계좌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선택이 빠르게 정리됐습니다. 차는 살 때보다 타는 동안이 더 비쌉니다. 이 사실을 숫자로 확인하기 전까지는 실감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의 자동차 유지비 관련 조사에 따르면(출처: 한국소비자원), 차량 유지에 드는 비용은 소비자가 구입 전에 예상하는 것보다 평균 30% 이상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차를 보험료, 주차비, 수리비까지 통합해서 계산하는 소비자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입 결정 전에 월 유지비를 항목별로 직접 계산해보는 과정이 필수인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소비 전용, 비싼 차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지점이 있습니다. 비싼 차를 타는 게 무조건 잘못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소비에는 전용(轉用)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전용이란 한 영역에 더 쓰기 위해 다른 영역을 줄이는 것을 뜻합니다. 외식을 줄이고 여행에 쓰거나, 쇼핑을 줄이고 좋은 장비에 투자하는 것처럼, 차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지출을 의식적으로 조정하는 건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전방위 과소비입니다. 외식도 평균 이상, 쇼핑도 평균 이상, 여행도 챙기면서 차까지 소득 대비 비싼 걸 타는 경우입니다. 이건 전용이 아니라 그냥 지출 전체가 소득을 초과하는 구조입니다. 소비 구조를 점검할 때 차만 따로 떼어내는 게 아니라, 전체 지출 흐름 안에서 차가 얼마를 차지하는지를 봐야 합니다.
11년 동안 같은 차를 타면서 판교 아파트를 12억에 매수하고, 2년 사이에 순자산을 20억 이상으로 만든 사람이 처음으로 원하는 차를 선택하는 것과, 저축도 투자도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가 수입차를 먼저 뽑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같은 9,000만 원짜리 차라도 그 사람의 재무 구조에 따라 보상이 되기도 하고 빚이 되기도 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차를 바꾸지 않고 아낀 돈이 실제로 어디로 갔는지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소비 기준이 달라집니다. 저는 더 저렴한 국산차를 선택했고, 그 차이만큼의 돈이 지수 연동 펀드(Index Fund) 계좌로 들어갔습니다. 지수 연동 펀드란 특정 주가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펀드로, 개별 종목을 고르지 않고 시장 전체에 분산 투자하는 방식입니다. 차를 바꾸고 싶은 마음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 계좌 잔고를 볼 때마다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등록 통계에 따르면(출처: 국토교통부), 국내 수입차 등록 비중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차에 대한 욕구 자체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소득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소비입니다. 다만 소득보다 차가 먼저 커지는 순서가 문제입니다. 소비의 순서가 재무 구조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차량 BMI 지수를 처음 계산해보던 날이 생각납니다. 숫자 하나가 막연했던 고민을 한순간에 정리해줬습니다. 지금 타고 있는 차가 마음에 걸린다면, 복잡하게 생각하기 전에 차 가격을 6개월 치 월소득으로 나눠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 1.5를 넘긴다면 다른 지출을 어디서 줄이고 있는지 함께 들여다보는 게 순서입니다. 차는 소비재입니다. 소비재에 순서를 지키면, 나머지 선택들이 훨씬 자유로워집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재무 조언이 아닙니다. 개인 상황에 따라 적합한 판단 기준이 다를 수 있으므로, 중요한 재무 결정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기를 권합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pwo_Ue_PkJg
댓글
댓글 쓰기
질문은 환영! 욕설, 홍보성 댓글은 삭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