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우스푸어 (자산구조, 현금흐름, 소득연장)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11억 원을 넘어선 지금, 6억 원 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매달 원리금으로 286만 원이 빠져나갑니다. 저도 그 숫자를 직접 경험했는데, 통장이 텅 비는 날이 이렇게 규칙적으로 찾아올 줄은 몰랐습니다. 집을 샀는데 왜 이렇게 가난한지, 그 이유를 이제야 좀 알 것 같습니다.

하우스푸어 (자산구조, 현금흐름, 소득연장)

숫자가 말하는 하우스푸어의 실체

6억 원을 금리 4%, 30년 만기로 대출받으면 매월 납부해야 하는 원리금(元利金)은 약 286만 원입니다. 원리금이란 원금과 이자를 합산한 월 상환액을 뜻하는데, 이 중 이자만 따로 떼어 보면 초기에는 200만 원에 달합니다. 10년을 버티면 이자로만 2억 6,500만 원이 빠져나갑니다.

그 기간 동안 서울 아파트 가격이 얼마나 오를까요. 과거 추세를 보면 연평균 상승률이 약 2.56%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10년을 그 속도로 올라가면 집값 상승분은 약 3억 원. 언뜻 크게 느껴지지만, 이자로 나간 2억 6,500만 원을 빼고 나면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차익은 4,000만 원에서 5,000만 원 수준입니다. 매달 200만 원씩 이자를 내며 10년을 버텨서 얻는 이익치고는, 솔직히 초라한 숫자입니다.

실질수익률(實質收益率)이라는 개념이 여기서 중요합니다. 실질수익률이란 인플레이션과 비용을 모두 차감한 뒤 실제로 손에 남는 수익 비율을 뜻합니다. 집값이 올랐다고 해서 그게 전부 내 이익이 되는 게 아닙니다. 이자 비용, 취득세, 보유세, 관리비까지 합산하면 실질수익률은 훨씬 낮아집니다. 제가 직접 계산해 봤을 때 이 사실을 확인하고 꽤 오래 멍하니 있었습니다.

가계부채(家計負債)도 빠질 수 없습니다. 가계부채란 가구 단위에서 보유한 모든 금융 부채의 합계를 가리키는데,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가계부채가 1,952조 원을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출처: 한국은행). 이 숫자가 계속 올라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집 한 채를 위해 소득 대비 과도한 대출을 당기는 구조입니다.

집이 있는데 가난한 이유, 자산구조의 문제

저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던 날 주변에서 "이제 자산가네"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닙니다. 부동산 앱을 켜면 시세는 올라 있으니까요. 근데 그게 저한테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살아 보고 나서야 알게 됐습니다. 벽을 뜯어서 식비로 쓸 수는 없으니까요.

이게 바로 자산구조(資産構造)의 핵심 문제입니다. 자산구조란 한 개인이 보유한 자산이 부동산, 금융자산, 현금 등으로 어떻게 배분되어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한국 가구의 경우 자산의 70~80%가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이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갑작스러운 소득 단절, 의료비, 가족 문제 등 위기 상황에서 대응할 여력이 사실상 없어집니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좀 다르게 봅니다. "집 하나 있으면 노후 걱정 없다"는 말이요. 서울에 15억짜리 아파트를 보유한 노인이 실제로는 빈곤층에 가까운 생활을 하는 경우가 생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자산은 있되, 현금흐름(現金流動)이 전혀 없는 상태. 현금흐름이란 일정 기간 동안 실제로 들어오고 나가는 돈의 흐름을 뜻하는데, 이게 막히면 자산이 얼마든 간에 일상이 버겁습니다.

그래서 "집 있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매달 말일이 두려운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하우스푸어가 무서운 이유는 겉으로 가난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함정은 생각보다 훨씬 조용하게 찾아옵니다.

현금흐름 없이는 성공도 의미 없다

대기업 임원까지 오른 사람도 퇴직 후 택배 일을 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직장 생활에서 충분히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 분도 현금흐름이 끊기자 상황이 달라진 것입니다. 이 사례가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도 직장 다니며 "상무 정도까지 가면 노후 걱정이야 없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했거든요.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직함이나 자산 규모보다 현금흐름의 지속성이 훨씬 중요합니다. 국민연금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은퇴 후 적정 생활비 수준은 부부 기준 월 277만 원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국민연금연구원). 집 한 채만 있고 다른 소득원이 없다면, 이 금액을 매달 어디서 조달할지가 막막해지는 것입니다.

소득연장(所得延長)이 이 시대의 화두가 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소득연장이란 정년 이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소득 활동을 이어가는 것을 뜻합니다. 퇴직 후 소득이 완전히 끊기는 구조로는 자산이 있어도 버티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직장 다닐 때는 "그냥 버티다 그만두면 되지"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원리금 나가는 통장을 보면 소득이 끊기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실감하게 됩니다.

푸어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조 조정

집을 사기 전에, 아니 집을 이미 산 후라도 점검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 이 네 가지를 기준으로 제 상황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1. 자산구조 조정: 부동산에 집중된 자산 비중을 줄이고 금융자산과 현금성 자산의 비율을 높이는 방향을 검토합니다. 부동산 하나에 모든 걸 건 구조는 위기 대응력을 제로에 가깝게 만듭니다.
  2. 부채구조 조정: 마이너스 통장이나 고금리 소비성 대출이 있다면 자산 매각보다 부채 상환이 먼저입니다. 대출 연체율(延滯率), 즉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비율이 20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이 문제가 개인만의 이슈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3. 소비구조 조정: 내 소득에 걸맞는 차인지, 집인지, 교육비인지를 다시 따져봐야 합니다. 베이비푸어, 에듀푸어, 카푸어로 이어지는 흐름은 "내 소득 대비 소비"라는 기준 하나만 지켜도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습니다.
  4. 소득구조 조정: 현재 소득이 성장하고 있는지, 혹은 소득 기간을 어떻게 연장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계획합니다. 정년까지만 버티겠다는 생각으로는, 퇴직 후 30년을 넘길 재원이 마련되지 않습니다.

~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네 가지 중 소비구조 조정이 가장 먼저 체감됩니다. 외식 줄이고 경조사 봉투 눈치 보면서 버티다 보면, 내가 집을 산 건지 집에 팔린 건지 헷갈리는 시점이 옵니다. 저는 그 시점을 꽤 선명하게 기억합니다.

내 집 마련이 나쁜 게 아닙니다. 다만 목표가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집을 사기 전에 먼저 따져봐야 할 질문은 "어디에 살 것인가"가 아니라 "이 집이 내 현금흐름을 망가뜨리지 않는가"입니다. 원리금 내고 나서도 저축이 가능한지, 비상금 6개월치는 확보됐는지 확인하지 않고 집부터 사는 건 자산을 쌓는 게 아니라 스스로를 가두는 겁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자산 운용은 전문 재무설계사와 상담하시길 권합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VSCGDl1R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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