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한동안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들 하는 것을 하면 적어도 크게 틀리지는 않는다는 착각이었죠. 그런데 1년쯤 지나고 나서 돌아보니, 남은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경제가 보내는 신호들을 제대로 읽고 나서야 그 착각이 얼마나 비쌌는지 깨달았습니다.
경제위기가 바꿔놓은 풍경
20대 취업자 수가 12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통계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별로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니 취업 준비를 2년 넘게 하는 친구들이 눈에 띄게 늘어 있었습니다. 핵심 경제활동인구(Core Working-Age Population)란 생산 활동에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는 25세에서 49세 사이의 인구 집단을 뜻합니다. 이 연령층의 고용이 위축되면 경제 전체의 성장 동력이 꺼지기 시작한다고 경제학자들은 설명합니다.
자영업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가게 부채와 사업자 대출을 합친 자영업자 부채 총액이 천조 원을 넘어섰고, 자영업자 수는 550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IMF 외환위기 당시 590만 명, 2008년 금융위기 때 600만 명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수치는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니라 구조적 위기라고 읽힐 수밖에 없습니다. 공인중개사 신규 개업 건수가 2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보도는 그 단면을 잘 보여줍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한 가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지금 내가 따라가고 있는 흐름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고 있는가. 트렌드는 물처럼 흐릅니다. 물을 따라 떠내려가는 것은 편하지만, 강 하구에 도달했을 때 무엇이 남아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그리고 저는 직접 겪어보니, 떠내려가는 것이 편안함이 아니라 방향 상실이었다는 걸 1년 뒤에야 알았습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동향 자료에 따르면(출처: 통계청) 20대 취업자 감소와 60대 이상 취업자 증가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은 노동시장의 구조적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 흐름이 개인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기존 방식대로 가만히 있으면 뒤처진다는 것입니다.
워라벨이라는 달콤한 함정
제가 실수한 부분이 있었는데, 퇴근 후 시간을 '잘 쉬는 것'이 스스로에게 투자하는 일이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당시에는 그것이 번아웃(Burnout)을 예방하는 현명한 선택처럼 느껴졌습니다. 번아웃이란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적·정신적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상태를 말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만들었죠. 그런데 막상 그 시간은 유튜브와 SNS 스크롤로 흘러갔고, 충전된 느낌은 없었습니다.
워라벨(Work-Life Balance)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개념입니다. 이 개념 자체가 나쁜 건 아닙니다. 문제는 20대, 30대에 지나치게 이 균형을 강조하다 보면, 소득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를 소비로 채우게 된다는 점입니다. 소득이라는 것은 결국 누군가의 필요를 해결했을 때 생겨납니다. 내 필요를 채우는 데 집중하면 그것은 소비가 되고, 남의 필요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면 그것이 소득이 됩니다. 이 원리를 실감한 것은 퇴근 후 딱 한 시간 블로그를 쓰기 시작하면서였습니다.
그 한 시간이 쌓이면서 뭔가 내 것이 생기는 감각이 생겼습니다. 트렌드를 거슬러 가는 것이 외롭긴 했지만, 처음으로 방향이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직장인 10명 중 9명이 임금이 낮아지더라도 4일 근무제를 선호한다는 설문 결과는, 역설적으로 그 흐름에서 벗어난 사람에게 기회가 생긴다는 의미로도 읽힙니다. 경쟁이 줄어드는 방향에 서 있는 사람이 결국 우위를 가져가는 법입니다.
한 가지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사회적 연령(Social Age)의 개념이었습니다. 사회적 연령이란 기대 수명의 연장에 따라 실제 사회 참여 가능 기간을 재산정한 개념으로, 100세 시대에는 현재 나이에 0.7을 곱한 수치가 과거 기준의 실질적인 사회적 나이에 해당한다는 시각입니다. 30대라면 사회적으로는 20대 초반인 셈입니다. 이 관점을 받아들이고 나니, 지금 당장 쉬어야 한다는 조급함이 조금은 걷혔습니다.
지나친 워라벨 추구를 거부하는 것이 어떤 실질적인 차이를 만드는지, 아래에 간단히 정리해봤습니다.
- 워라벨 최우선: 퇴근 후 소비적 여가 → 1년 후 기술·소득·자산 변화 없음
- 균형 조정: 퇴근 후 1~2시간 자기 계발 또는 부업 → 1년 후 작은 포트폴리오 형성
- 성장 우선: 30대까지 본업 역량 극대화 → 40대 이후 선택지가 넓어짐
물론 이것이 무조건 일만 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쉬는 시간의 질이 아니라, 쓰는 시간의 방향이었습니다.
자수성가를 위한 충동 거부의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편한 이유를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틀렸을 때 책임을 혼자 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다들 하는 것을 했다가 잘 안 됐으면 그냥 시대 탓을 하면 됩니다. 반면 흐름을 거슬렀다가 안 됐을 때는 온전히 내 선택의 결과가 됩니다. 그 부담감이 사람들을 트렌드 속으로 밀어 넣는다고 봅니다. 그래서 용기라는 단어가 나오는 겁니다. 의지가 아니라 진짜 용기가 필요한 것입니다.
충동 소비(Impulse Spending)도 같은 맥락입니다. 충동 소비란 사전 계획 없이 감정이나 환경적 자극에 의해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구매 행동을 말합니다. 현대 마케팅 환경은 이 충동을 철저히 설계해서 자극합니다. SNS 피드, 한정 수량 알림, 라이브 커머스 모두 충동을 조장하도록 설계된 시스템입니다. 그 자극에 계속 반응하는 것이 습관이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충동이 아니라 패턴이 됩니다.
미니멀리즘(Minimalism)은 이 충동의 반대편에 있습니다. 미니멀리즘이란 불필요한 소유와 자극을 줄이고 본질적인 것에만 집중하는 삶의 방식을 뜻합니다. 제가 책상 위를 정리하고 나서 느낀 건 단순한 청결함이 아니었습니다. 눈앞에 아무것도 없으니 지금 내가 뭘 해야 하는지가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공간이 단순해지면 생각도 단순해집니다. 그리고 단순한 생각은 충동에 덜 흔들립니다.
경제 공부를 열심히 하면 투자를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도 일종의 충동이라는 지적은 꽤 날카롭게 와닿았습니다. 자산 시장에서 가치(Value)와 가격(Price)이 서로 따로 노는 현상은 이미 상당 기간 지속되고 있습니다. 가치주 투자(Value Investing)란 기업의 내재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을 매수해 장기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인데, 이 전략이 통하던 시대와 지금은 시장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한국거래소(KRX) 통계에서도 개인 투자자의 단기 매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은 이 시장에서 공부만으로 이기기 어렵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출처: 한국거래소).
결국 자수성가형 부자들의 공통점은 돈을 좇아서 그 자리에 온 것이 아니라, 자기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꾸준히 성장시켰더니 돈이 따라왔다는 점입니다. 직접 겪어보니, 이 말이 처음에는 뜬구름 같았는데 지금은 가장 현실적인 조언으로 들립니다. 퇴근 후 한 시간 블로그를 쓰기로 결심했을 때도, 당장 수익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 일이 하고 싶었고, 그것이 쌓이면 무언가 될 것이라는 막연한 확신이 있었을 뿐입니다.
트렌드를 거부하는 것이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금 이 시기에 비혼을 아예 선택으로 굳히거나, 임금을 낮추면서 4일 근무를 택하거나, 충동적인 재테크 공부에 시간을 쏟는 것이 정말 내가 원해서 하는 선택인지 한 번은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트렌드를 따라간 결과가 1년 후 내 삶에 무엇을 남겼는지가 결국 가장 정직한 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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