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vs 매수 고민 (전세전략, 저축구조, DSR계산)

월급이 들어오면 저도 제일 먼저 통장 잔액을 확인합니다. 계산은 매번 깔끔한데 지출은 늘 조금씩 삐져나옵니다. 전세로 살면서 대출이자가 별로 없으니 여유롭다고 느꼈는데, 어느 날 가계부를 펼쳐보니 저축은 제자리였습니다. 집을 사느냐 전세를 유지하느냐의 고민보다 먼저 봐야 할 게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전세 vs 매수 고민 (전세전략, 저축구조, DSR계산)

전세전략: 전세를 산다는 건 공짜 여유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전세는 대출이자가 적게 나가니까 매달 여윳돈이 생긴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월세보다 낫고, 매수보다 부담 적고, 일단 모으면서 기회를 보면 된다고요.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전세에 살면서 대출이자가 빠지지 않으면 그 금액이 고스란히 소비로 흘러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4인 가족이 목동 아파트 20평대에 8년째 전세로 거주하며, 2018년 4억 5천이었던 전세금이 현재 6억 5천까지 올라온 사례를 보면 연평균 상승률이 5.6%에 달합니다. 전세 보증금은 쉼 없이 오르는데 매달 지출 구조는 그대로라면, 전세금 인상분을 충당할 여력이 서서히 줄어드는 구조가 됩니다. 전세를 유지하는 선택도 전략이 되려면 그 빈 자리를 저축이나 투자로 채워야 합니다.

엥겔지수(Engel's coefficient)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총소득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뜻하는데,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이 비율이 낮아야 재정 건전성이 양호하다고 봅니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월 소득이 500만 원을 넘으면 식생활비 비율을 35% 이하로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분석이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294만 원의 생활비는 크게 이상한 수준이 아닙니다. 문제는 식비가 아니라 그 외 소비 항목이 구조화되지 않은 채 계속 늘어나는 데 있습니다.

저도 가계부를 쓰면서 비슷한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에어팟 하나를 사면 케이스, 스트랩, 클리너가 따라오고, 코타츠를 들이면 가습기, 화로, 피아노 덮개가 줄줄이 따라오는 식입니다. 영수증을 뽑아서 항목별로 보면 하나하나 다 이유가 있는데, 합산해 보면 "이게 왜 이렇게 됐지?"가 됩니다. 이 패턴이 반복되면 전세살이를 10년 해도 시드가 거의 안 늘어난 상황이 됩니다.

저축구조: 먼저 빼두지 않으면 자동으로 다 쓰게 된다

저축을 50만 원 자동이체로 해두고 나머지로 생활하는 방식, 저도 한때 그렇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건 저축하는 구조가 아니라 나머지를 소비하는 구조입니다. 670만 원에서 50만 원을 빼고 620만 원을 생활비로 쓰는 게 아니라, 결과적으로 620만 원이 생활비 예산이 되는 거니까요. 여기에 보너스나 추가 수입이 생기면 그것도 어느새 소비로 흘러갑니다.

재무설계 분야에서는 연령별 저축 권고 비율이라는 기준을 씁니다. 경제활동을 시작한 지 10년 안팎이라면 소득의 30~40%를 저축이나 투자에 먼저 배분하는 것이 권고됩니다. 월 평균 소득이 795만 원 수준인 경우 30%면 238만 원, 40%면 318만 원이 됩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집을 샀을 때 나가는 대출이자 원리금과 거의 같은 금액입니다. 집을 사지 않아도 그만큼은 어딘가에 쌓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DSR(Debt Service Ratio)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즉 내 연소득의 몇 퍼센트를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에 쓰는지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현재 금융당국 기준으로 DSR 40%를 초과하면 대출이 제한됩니다. 쉽게 말해 연소득의 40% 이상을 빚 갚는 데 쓰는 구조는 만들 수 없도록 막아놓은 겁니다. 6억 대출을 연 5.5%로 받으면 월 원리금이 약 322만 원, 연간으로는 3,864만 원입니다. 이 금액이 연소득의 40% 이하여야 하므로 연소득이 9,660만 원 이상이면 6억 대출은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대출 한도가 나온다고 해서 그만큼을 다 받는 게 맞는 선택은 아닙니다. 저는 한때 "대출이 나온다"는 것과 "대출을 받아도 된다"는 것을 같은 말로 이해했습니다. 그게 아니라는 걸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집값이 연 5~6%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집을 사기 위해 절반을 5.5~6%짜리 대출로 채운다면 실질적인 투자 수익은 거의 남지 않습니다. 집이 오르는 속도와 이자가 나가는 속도가 비슷하게 맞물리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집을 살 때 고려할 현실적인 수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15억 미만 아파트는 주담대 최대 6억까지 대출 가능 (2024년 기준)
  2. 6억 대출, 연 5.5%, 30년 만기 기준 월 원리금 약 322만 원
  3. 이 중 이자는 약 275만 원, 원금 상환은 약 47만 원에 불과
  4. 연소득 9,660만 원 이상이면 DSR 40% 이내에서 6억 대출 가능
  5. 집값 연 5~6% 상승 가정 시, 대출이자 5.5%와 실효 수익 차이는 거의 없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의 DSR 규제는 2022년 이후 단계적으로 강화되어 현재 전 금융권에 40% 기준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 기준은 무주택자든 유주택자든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DSR계산: 숫자로 보면 결론은 하나다

집을 살지 전세를 유지할지 결정하기 전에, 저는 먼저 구조를 바꾸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선택을 해도 매달 300만 원 안팎은 어딘가에 쌓여야 한다는 계산이 먼저 나와야 합니다. 집을 사면 그 300만 원이 대출 원리금으로 들어가고, 전세를 유지하면 같은 금액을 저축이나 투자로 직접 넣어야 합니다. 경로가 다를 뿐 목적지는 같습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전세를 사는 쪽이 훨씬 느슨해지기 쉽습니다. 매달 강제로 빠져나가는 대출이자가 없으니까 심리적으로 여유롭고, 그 여유가 소비로 이어집니다. 가족이 있으면 교육비, 생활비, 주거비가 일정 부분을 강제로 차지하지만, 그 구조 밖에 있는 돈은 관리하지 않으면 그냥 흘러나갑니다. 1인 가구도 다르지 않습니다. 부양 가족이 없으니 더 많이 모아야 하는데 오히려 더 자유롭게 쓰게 되는 역설이 있습니다.

주거비용(Housing Cost)은 월세, 대출이자, 전세보증금 기회비용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전세 보증금 6억을 다른 자산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익을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고 하는데, 이를 감안하면 전세도 공짜 주거가 아닙니다. 6억에 연 4%만 잡아도 2,400만 원, 월 200만 원의 기회비용이 발생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전세는 절약이 아니라 비용의 구조가 다른 것일 뿐입니다.

실제로 근처 당산동, 신정동, 등촌동 같은 지역에서 27~30평대 아파트를 5억~9억 사이에 구할 수 있다면, 6억 시드에 1억~3억 정도만 대출을 더해서 8억~9억 범위 안에서 매수하는 건 충분히 검토해 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대출이 2억이라면 월 원리금 부담은 100만 원 초중반 수준으로 낮아집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출처: 국토교통부)에서 해당 지역 최근 거래 내역을 직접 확인해 보면, 같은 면적이라도 동별로 가격 차이가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집을 사든 전세를 유지하든 선택 자체보다 그 선택 이후의 구조가 더 중요합니다. 소득에서 저축이 먼저 나가는 구조를 만들고, 남은 돈으로 생활하는 방식으로 전환한 뒤에 집을 살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저도 그 순서를 뒤바꿔서 한동안 제자리를 맴돌았습니다.

집을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 고민은 답이 하나로 떨어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 매달 소득의 30% 이상을 의식적으로 먼저 빼두지 않으면 두 선택 모두 10년 후에 후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학교 전학 부담이 커지는 고학년이 되기 전에 주거 결정을 내리는 게 현실적입니다. 중요한 건 집을 사느냐가 아니라, 지금 당장 저축 구조를 먼저 바로잡는 일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재무 조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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