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모 투자 (FOMO, 적립식, 소득성장)
적금을 깨서 삼성전자를 산 날 밤, 저는 잠을 한숨도 못 잤습니다. 20만 원이 찍힌 주가 화면을 보며 "이제라도 올라탔으니 괜찮겠지" 했던 그 안도감이 채 하루도 가지 않아 공포로 바뀌었거든요. 직접 겪어보니 주식에서 가장 무서운 건 하락 그 자체가 아니라, 아무런 준비 없이 감정만으로 매수 버튼을 누른 자신이었습니다.
20만 원 삼성전자를 산 그날 밤
그때 상황을 떠올리면 지금도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친구들 단톡방에서 삼성전자 수익률 자랑이 시작된 건 주가가 9만 원대를 넘어설 무렵이었어요. 저는 처음엔 "난 그냥 적금이나 든다"며 버텼습니다. 12만 원이 됐을 때도 "이미 너무 올랐다"고 스스로를 다독였고요. 그런데 20만 원 돌파 뉴스가 터진 날 밤, 그 다짐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새벽 2시까지 유튜브를 켜놓고 주식 콘텐츠만 봤습니다. 알고리즘이 얼마나 정확한지, "삼성전자 30만 원 간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같은 썸네일이 쉬지 않고 떴어요. 한 시간쯤 보고 나니 진짜로 이게 마지막 기회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다음 날 아침 출근하자마자 적금 두 개를 해지했고, 그 돈으로 시가 매수 버튼을 눌렀습니다. 우대금리 조건을 다 날리고서요.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며칠 뒤 외국인 순매도(외국인 투자자가 보유 주식을 대규모로 파는 것)가 쏟아지면서 -15%까지 밀렸어요. 식욕이 사라지고 회사에서 업무 집중이 안 됐습니다. 한 달을 버티다 -8% 선에서 손절했는데, 손실 금액보다 깨버린 적금이 더 아까웠습니다. 3년 묵힌 우대금리가 한 방에 날아간 거니까요. 이걸 투자계에서는 FOMO(Fear Of Missing Out)라고 부릅니다. 남들이 다 버는 것 같아 뒤처지는 공포에 휩쓸려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심리입니다. 제가 교과서처럼 그 패턴을 밟은 거였죠.
나중에 데이터를 찾아보니 이게 저만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의 코스피 순매수 금액은 시장 고점 부근에서 집중되는 경향이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쉽게 말해 개미들은 항상 꼭대기에서 가장 많이 사고, 바닥에서 가장 많이 팝니다. 저도 그 통계의 일부였던 거죠.
71% 수익률의 불편한 진실
그 사건 이후 투자를 다시 공부하면서 가장 충격받은 건 숫자 뒤에 숨은 현실이었습니다. S&P 500 지수가 2023년 1월부터 2026년 1월까지 3년 동안 71.1% 상승했다는 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71.1%를 실제로 손에 쥔 사람이 주변에 거의 없다는 것도 사실이에요.
왜냐하면 71%는 일시금 투자(목돈을 한 번에 넣고 그대로 두는 방식) 수익률이기 때문입니다. 직장인 대부분은 매달 일정 금액씩 넣는 적립식 투자(정기적분산투자)를 합니다. 적립식 투자란 매달 같은 날 일정 금액을 나눠 사는 방식으로,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지만 일시금 수익률의 절반 수준을 기대해야 합니다. 3년간 71% 장세에서 매달 50만 원씩 넣은 사람의 실제 수익은 약 35%, 금액으로 따지면 630만 원 안팎입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얹으면 그림이 완성됩니다. 같은 기간 50만 원을 연 3% 복리 적금에 넣으면 원리금이 약 1,870만 원이고, S&P 500 적립식으로 넣으면 약 2,400만 원입니다. 차이는 530만 원입니다. 결코 적은 돈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 530만 원을 위해 3년 동안 매일 주식창을 들여다보고 전쟁 뉴스에 잠을 설치고 점심 자리마다 주식 얘기를 했다면, 그 기회비용을 빼고 나서도 진짜 이득이냐는 질문이 남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주가 하락기에 멘탈이 흔들리면 결국 손절로 이어지고, 그럼 530만 원은커녕 원금 손실로 끝나거든요.
그렇다면 적립식 투자의 성과를 비교하면 어떻게 될까요. 시뮬레이션 결과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2023년 1월 ~ 2026년 1월 적립식 S&P 500: 수익률 약 34%, 3,600만 원 원금 기준 약 1,000만 원 수익
- 2022년 1월 ~ 2025년 1월 적립식 S&P 500: 수익률 약 33%, 하락 구간 포함에도 결과가 비슷
- 2021년 1월 ~ 2024년 1월 적립식 S&P 500: 수익률 약 15%, 회수 시점에 지수가 낮아 수익 반토막
세 번째 케이스가 핵심입니다. 출발점이 언제냐보다 돈을 꺼낼 때 지수가 높냐 낮냐가 수익을 결정한다는 거죠. 코스트 에버리징 효과(Cost Averaging Effect)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적립식으로 나눠 사면 가격이 쌀 때 더 많은 수량을 사게 돼 평균 매입 단가가 낮아지는 효과입니다. 이 효과가 빛을 발하려면 중간에 하락 구간이 있어야 하고, 그 구간에 내다 팔지 않고 버텨야 합니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걸 저도 몸으로 배웠습니다.
또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가계 금융 관련 분석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결론이 있습니다. 투자 수익보다 저축률 제고와 소득 성장이 자산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숫자가 그걸 뒷받침합니다.
FOMO 방어법: 저축률 10%가 ETF보다 먼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저는 그 경험 이후 방식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단일 종목은 손 떼고 매달 30만 원씩 ETF(Exchange Traded Fund,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만 적립식으로 넣습니다. ETF란 개별 종목 대신 수십~수백 개 기업을 한 번에 담은 펀드를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는 상품입니다. 친구들보다 수익률이 낮지만 밤에 잠이 옵니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큽니다.
직접 겪어보니 가장 현실적인 조언은 이겁니다. 지금 매달 저축하는 금액의 10%를 먼저 올리는 것이 투자 종목 고르는 것보다 효과적입니다. 50만 원을 55만 원으로 늘리면 S&P 500 적립식과의 수익 차이가 200만 원 이하로 좁혀집니다. 1년 기준으로 70만 원 차이가 나는 거고, 그 정도면 ETF 투자를 굳이 하지 않아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계산입니다. 이걸 래디컬 세이빙스(Radical Savings)라고 부릅니다.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 저축액에서 10%를 더 쌓는 급진적 저축 전략입니다.
여기서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35세 이전이라면 주식창보다 이력서를 더 자주 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연봉이 500만 원 오르면 그 효과는 30만 원짜리 ETF 수익과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소득 성장(Income Growth)이란 투자 수익률보다 먼저 키워야 할 자산입니다. 저도 그 사건 이후 회사에서 업무 집중도가 올라가면서 평가가 좋아졌고, 이직 한 번으로 연봉이 800만 원 올랐습니다. 그게 3년 치 ETF 수익보다 컸습니다.
성장의 관점과 가격의 관점이라는 두 기준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장의 관점이란 "저 주식이 계속 오르고 있으니까 나도 사야 해"처럼 상승 추세를 보고 따라가는 것이고, 가격의 관점이란 "지금 이 가격이 저평가된 것인가"를 먼저 따지는 겁니다. 제가 삼성전자를 20만 원에 산 건 완전히 성장의 관점이었습니다. 가격이 싼지 비싼지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으니까요.
결국 이 모든 이야기가 말하는 건 하나입니다. 포모(FOMO)는 남보다 뒤처진다는 공포에서 비롯되지만, 실제로 우리가 잃는 건 돈만이 아닙니다. 잠, 집중력, 그리고 본업에서 성장할 에너지까지 함께 나갑니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저축액을 10% 올리고, 이력서를 한 번 업데이트하고, 적립식 ETF에 자동이체를 걸어두는 것. 그 세 가지가 차트 분석 수백 시간보다 통장에 더 큰 숫자를 남겨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yW2fuIN6mug&t=623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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