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세가율의 진실 (전세가율, 명목수익률, 시드머니)
솔직히 저는 전세가율이 뭔지 몰랐습니다. 30대 중반에 내 집 마련 욕심이 슬슬 고개를 들었고, 마음에 드는 신축 아파트를 찾았을 때 제 머릿속에 있던 계산은 딱 하나였습니다. "매매가에서 전세 끼고 사면 얼마 필요하지?" 전세가율이라는 개념은 그때 처음 접했는데, 그 숫자 하나가 제 부동산 보는 눈을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전세가율, 숫자 하나가 집의 본질을 말한다
전세가율(傳貰價率)이란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매매가 7억 4천만 원짜리 아파트의 전세가가 3억 3천만 원이라면, 3억 3천을 7억 4천으로 나눈 44.5%가 전세가율입니다. 이 숫자가 중요한 이유는, 전세가가 곧 그 집의 사용 가치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내가 그 집에서 실제로 사는 것에 얼마만큼의 가치가 있는지를 전세가가 반영한다는 뜻입니다.
제가 당시 눈여겨봤던 25평 신축 아파트는 매매가 8억에 전세가 3억 5천이었습니다. 전세가율을 계산해보니 43%였어요. 부동산을 안다는 친구가 첫마디로 "전세가율 봤어?"라고 물었을 때, 저는 그게 왜 중요한지조차 몰랐습니다. 그 친구가 설명해주더군요. "이 동네 평균 전세가율이 60%인데 여기가 43%라는 건, 시장이 이 집에 미래 상승분을 미리 얹어놨다는 뜻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멍해졌습니다.
부산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부산 아파트의 평균 전세가율은 약 67% 수준으로, 수도권과 비교해도 높은 편에 속합니다. 그런데 밀락동의 특정 아파트가 44.5%라는 건 평균보다 22.5%포인트나 낮다는 얘기입니다. 이 격차가 바로 시장이 해당 아파트에 기대하는 미래 상승 프리미엄입니다. 즉 매수자는 현재 가치만 사는 게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 수익까지 오늘 돈을 주고 사는 구조인 거죠.
2023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부산의 아파트 비율은 68%로, 전국 주요 도시 중에서도 높은 편에 속합니다. 광주(81%), 대구(75%), 대전(75%)보다는 낮지만, 그만큼 아파트 수요가 탄탄한 시장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수요가 탄탄하다는 것이 반드시 지금 사도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전세가율이 낮다는 건 그 탄탄한 수요를 미래 기대감으로 선반영했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까요.
명목수익률 2.2%와 대출 이자 5%, 이 간격이 핵심이다
명목수익률(名目收益率)이란 투자 자산이 현재 창출하는 실제 임대 수익을 매매가로 나눈 수치입니다. 아파트를 예로 들면, 전세가를 월세로 환산한 금액을 매매가로 나누면 됩니다. 부산 밀락동의 그 아파트를 기준으로 계산해보면, 전세 3억 3천만 원을 월세로 환산하면 연 1,650만 원 정도가 됩니다. 이를 매매가 7억 4천만 원으로 나누면 명목수익률은 고작 2.2%입니다.
그런데 현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는 5~6% 수준입니다. 5억 원을 빌린다고 가정하면, 연 이자만 2,500만 원이고 한 달로 나누면 210만 원입니다. 월 실수령액 475만 원의 44%를 이자로만 갖다 바치는 계산이 나옵니다. 제가 봤던 아파트 기준으로는 6억 2천만 원 대출에 금리 5%를 적용하면 월 이자가 258만 원이었습니다. 제 실수령액의 절반이 넘었고, 거기에 관리비, 보유세, 수리비까지 얹으면 사실상 생활이 불가능한 구조였어요.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시장요구수익률(市場要求收益率)입니다. 이란 투자자가 그 자산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수익률을 말합니다. 아파트는 보유세, 거래 비용, 유지 관리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통상 예금 금리의 2~3배 수준을 요구합니다. 예금 금리가 2%라면 아파트에는 최소 5~6%를 기대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명목수익률이 2.2%밖에 안 되는데 사람들이 7억 4천을 주고 사는 이유는 단 하나, 앞으로 오를 거라는 기대감입니다. 그 기대분이 약 3.78%포인트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매년 최소 6% 이상 올라야 시장 요구 수익률을 겨우 충족합니다.
- 그런데 가격엔 이미 3.78%의 상승 기대가 선반영돼 있습니다.
- 대출 이자 5~6%까지 더하면 실제로 수익을 내려면 매년 8~10%씩 올라야 합니다.
- 횡보 시장 혹은 완만한 상승 국면에서 이 조건은 충족되기 어렵습니다.
제가 그 아파트를 포기한 이유가 바로 이 계산에서 나왔습니다. 친구가 마지막에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5~6% 이자 내면서 살 거면, 그 아파트가 매년 6% 이상은 올라야 본전이야. 그 정도 확신 있어?"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6억 넘는 대출을 끌어안는 건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드머니를 먼저 키워야 하는 진짜 이유
시드머니(Seed Money)란 투자나 자산 형성의 출발점이 되는 종잣돈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내가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내 돈의 총량입니다. 대출을 많이 끌어쓴다고 해서 시드가 커지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대출이 많을수록 이자 부담이 저축 여력을 잡아먹어 시드가 쪼그라드는 악순환에 빠집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제 저축 습관을 돌아봤습니다. 당시 제가 모은 돈은 1억 8천이었고, 8억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6억 2천 대출이 필요했습니다. 경제 활동을 10년 넘게 해서 1억 8천이라는 숫자가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상태에서 무리하게 집을 샀을 때 앞으로 10년간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이 거의 0이 된다는 현실이었습니다. 월 이자 258만 원을 내고 나면, 생활비 빼고 적립식 투자에 쓸 돈이 남지 않았으니까요.
저축률(貯蓄率)이란 월 실수령액 대비 저축 금액의 비율입니다. 재무 전문가들은 경제 활동 10~15년 차라면 최소 30% 이상의 저축률을 유지해야 한다고 봅니다. 1억만 더 모아도 대출 원금이 줄어들고, 이자 부담이 상당히 낮아집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가계 부채 관리 지침에서도 원리금 상환액이 가처분소득의 40%를 초과하면 재무 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진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자만 44%가 나가는 구조는 그 기준을 이미 초과합니다.
결국 저는 그 돈으로 ETF 적립식 투자와 비상금 통장을 키우는 방향을 택했습니다. 당장 집을 사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맞는 선택이었다는 확신이 있습니다. 집을 사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그 집에서 숨이 막히지 않게 살 수 있는 상태가 목표여야 하니까요. 실거주의 가치가 단순한 숫자로만 환산되지 않는다는 점도 압니다. 안정된 거주가 주는 심리적 편안함, 이사 걱정 없는 일상, 인테리어 자유도 같은 것들은 월세 환산액에 잡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가치조차 제대로 누리려면, 이자에 쪼들리지 않는 여유가 전제돼야 합니다.
집을 사고 싶은 마음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전세가율이 낮고 명목수익률이 2%대에 머물며 대출 이자가 5%를 넘는 환경에서 무리하게 진입하는 건, 미래 상승분을 오늘 돈으로 선불하는 구조입니다. 시드머니를 1억 더 키우는 데 2~3년이 걸린다면, 그 2~3년이 30년 대출 기간 전체의 이자 부담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집을 사는 것보다 어떤 상태에서 집을 사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또는 부동산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M1Si8Vj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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