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파산 막는 주거비 계산법 (주거비용, 기회비용, ETF분산투자)
솔직히 저는 전세로 살면서 주거비가 거의 없다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보증금에 묶인 돈의 기회비용까지 계산해 보고 나서야 그 믿음이 완전히 틀렸다는 걸 알았습니다. 50대 중반 맞벌이 부부도 비슷한 착각 속에서 갭투자를 결정했다는 사연을 접하고, 그때 제가 겪었던 당혹감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주거비용, 저는 한참 잘못 계산하고 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전세로 살면 주거비가 없다고들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월세 항목이 없으니 사실상 공짜로 살고 있다는 느낌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처음으로 제대로 계산을 해봤을 때, 그 착각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전세보증금이 2억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그 돈을 그냥 예금에만 넣어뒀어도 연 2.5% 기준으로 연간 500만 원, 월 41만 원 정도의 이자가 발생합니다.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포기한 다른 선택의 가치를 뜻합니다. 즉, 보증금 2억을 전세로 묶어둔 순간, 저는 이미 매달 41만 원을 '보이지 않는 주거비'로 지불하고 있었던 겁니다.
전월세 전환율(conversion rate)이라는 개념도 여기서 중요합니다. 전월세 전환율이란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할 때 적용하는 비율인데, 법정 기준은 2.5%이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전세 1억 원당 월세 50만 원, 즉 연 6% 수준에서 거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보증금 1억짜리 전세 세입자를 들인 집주인은 사실상 월 50만 원을 포기하고 있는 셈이기도 하고요.
제가 이 계산을 처음 해봤을 때 솔직히 좀 충격이었습니다. '나는 알뜰하게 산다'고 자부했는데, 가장 큰 자산이 한 곳에 묶여 아무 일도 안 하고 있었던 거니까요. 그 뒤로는 어디에 돈이 묶여 있든 그 돈이 다른 곳에서 벌 수 있었을 수익까지 따져보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슬기로운 소비 생활에서 권장하는 수도권 기준 주거비 비율은 소득의 15% 이내입니다. 월 소득 300만 원이라면 주거비로 쓸 수 있는 금액은 45만 원이 한계선이라는 얘기입니다.
갭투자가 능사일까, 기회비용으로 다시 따져보면
사연 속 부부는 50대 중반이 되도록 순자산이 2억 원대에 머물자, 조급한 마음에 용인 수지구 아파트를 갭투자로 매입했습니다. 갭투자(gap investment)란 전세 보증금을 끼고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갭)만으로 주택을 취득하는 투자 방식을 말합니다. 이분의 경우 시세 추정가 약 7억 원 아파트를 전세 4억 5천만 원을 끼고 샀으니 갭은 약 2억 5천만 원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정작 이분 부부는 어디서 살고 있을까요? 세입자에게 4억 5천만 원의 전세를 주고, 본인은 또 다른 곳에 2~3억 원짜리 전세를 살고 있다면, 집값이 올라도 실질적인 수익은 생각보다 훨씬 작아집니다. 순자산(net asset)이란 총 자산에서 부채를 뺀 실질 보유 자산을 의미하는데, 이 경우 주거비로 나가는 돈까지 고려하면 갭투자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집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냉정하지만 맞는 분석이라고 봤습니다. 막연히 '집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불안감에 떠밀려 결정하면, 그 결정이 내 자산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놓치기 쉽습니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비거주 1주택자에게도 불이익을 주겠다는 방침을 공언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살지 않는 집을 보유하는 것의 리스크는 더 커졌습니다.
또 한 가지 짚고 싶은 건, '원화 가치 하락'처럼 자극적인 콘텐츠에 휘둘려 자산을 움직이는 문제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3년간 12~15% 상승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거시경제(macroeconomics)의 총량적 이야기입니다. 거시경제란 국가 전체의 생산, 소비, 물가 등을 다루는 큰 단위의 경제 분석을 뜻하며, 원화로 벌고 쓰고 저축하는 개인의 일상과는 결이 다릅니다. 불안한 썸네일 하나에 목돈을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투자 태도입니다. 출처: 한국은행 외환시장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환율 변동은 단기적으로 급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펀더멘털에 수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ETF 분산투자, 목돈 아닌 저축액에서 시작하는 이유
투자 경험이 전혀 없는 50대 중반이 만기 예금 목돈을 갑자기 주식 시장에 넣는 것, 저는 이게 왜 위험한지 제 경험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처음 투자를 시작할 때는 시장 변동성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빠져도 심리적으로 버티지 못하고 손절하게 됩니다. 목돈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손이 자꾸 가게 되거든요.
그래서 이런 경우엔 매달 170만 원씩 저축하는 금액 안에서 일부를 ETF(Exchange Traded Fund)에 배분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ETF란 주식처럼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있는 펀드로, 특정 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나스닥 100이나 S&P 500을 추종하는 국내 상장 ETF에 정기적으로 소액을 넣는 방식은, 시장 진입 시점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를 적립식 분산투자라고도 하는데, 자산 배분(asset allocation)이란 수익과 위험을 고려해 여러 자산에 투자 비중을 나누는 전략을 말합니다.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던져볼 질문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내 투자 목표는 무엇인가? 현재 예금 금리가 불만족스러운 수준인지, 구체적인 목표 금액이 있는지 먼저 확인한다.
- 나의 투자 위험 성향은 어느 정도인가? 은행이나 증권사 홈페이지의 위험 성향 테스트를 통해 공격 투자형, 적극 투자형, 중립 투자형, 안정형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파악한다.
- 투자 가능 기간은 얼마나 되는가? 은퇴까지 5~6년이 남았다면 단기 변동에 흔들리지 않을 만큼의 여유가 있는지 판단한다.
- 매달 얼마까지 투자에 배분할 수 있는가? 현재 저축 금액 안에서 생활에 무리 없는 비중을 설정한다.
한국금융투자협회의 자료에 따르면(출처: 금융투자협회), 은퇴 준비 투자에서 분산 투자 전략은 단일 자산 집중 대비 장기 손실 위험을 유의미하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연 속 부부처럼 300만 원 소득에서 170만 원을 저축하는 능력은 사실 굉장한 무기입니다. 순자산이 아직 충분하지 않더라도, 그 저축력을 바탕으로 남은 5~6년을 잘 설계하면 노후 파산을 충분히 막을 수 있습니다.
재테크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을 이 사연을 보면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불안에 쫓겨 내린 결정보다, 내 돈이 지금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주거비용 계산 한 번, 기회비용 의식 하나가 재테크를 보는 눈을 완전히 바꿀 수 있습니다. 저처럼요.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투자 결정은 반드시 전문 재무 상담사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EVIJmdK6kU&t=37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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