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아파트 5년 후 (저축률, 전세가율, 현금흐름)
소득 950만 원짜리 맞벌이 부부의 저축률이 6%라는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잠깐 멈칫했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제 통장이 떠올랐습니다. 2021년 영끌 매수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집값은 1억 4천 올랐지만 매달 이자만 217만 원씩 나가는 구조. 이게 자산인지 부담인지, 그 경계가 생각보다 훨씬 흐릿합니다.
월급이 들어와도 통장이 빈 이유
월급날마다 저는 속으로 다짐합니다. "이번 달엔 좀 모아야지." 그런데 이게 한 번도 지켜진 적이 없습니다. 지출 내역을 들여다봐도 딱히 사치스러운 항목이 없습니다. 보험료, 교통비, 식비, 통신비. 전부 그냥 사는 데 드는 돈인데, 달 말이 되면 통장은 늘 아슬아슬합니다.
이번에 살펴본 사례도 비슷한 구조였습니다. 월 소득이 950만 원인데 지출이 800만 원을 넘습니다. 주담대(주택담보대출) 이자 188만 원, 원금 상환 54만 원, 신용대출 이자 29만 원, 교육비 220만 원, 보험료 50만 원. 항목 하나하나는 다 필요한 돈입니다. 문제는 이게 한꺼번에 쌓이면 숨통이 막힌다는 겁니다.
현금흐름(Cash Flow)이란 일정 기간 동안 실제로 들어오고 나가는 돈의 흐름을 뜻합니다. 자산이 얼마냐보다 매달 얼마가 남느냐가 실제 생활 여유를 결정하는 지표입니다. 이 가정의 문제는 집값이 오르냐 안 오르냐가 아니라, 매달의 현금흐름이 이미 너무 촘촘하게 짜여 있다는 데 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봤는데, 이런 구조에서는 예상치 못한 지출 하나만 터져도 그달은 마이너스입니다.
저축률 6%는 단순히 씀씀이가 헤프다는 뜻이 아닙니다. 집을 사는 순간 이미 고정 지출의 틀이 그렇게 짜여버린 겁니다. 아끼고 싶어도 아낄 여백이 없는 구조. 저는 이걸 소비 문제가 아닌 구조 문제라고 봅니다.
전세가율이 알려주는 집의 진짜 가치
이 아파트가 서울 평균보다 덜 오른 이유를 처음엔 저도 잘 몰랐습니다. 서울 강남 외 아파트 10년 평균 상승률이 130%인데, 이 집은 같은 기간 115% 상승에 그쳤습니다. 입지 문제일까, 연식 문제일까 생각했는데, 핵심은 전세가율에 있었습니다.
전세가율(傳貰價率)이란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을 말합니다. 서울 평균 전세가율은 45~50% 수준인데, 이 아파트는 61.3%에 달합니다. 서울 평균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집값은 크게 두 가지로 구성됩니다. 하나는 거주 가치, 즉 지금 살기 좋은 정도이고, 다른 하나는 투자 가치, 즉 앞으로 오를 거라는 기대입니다. 전세가는 이 중 거주 가치를 반영합니다. 그러니까 전세가율이 높다는 건, 살기에는 괜찮은데 시장이 미래 상승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다는 신호입니다. 거주 가치는 충분하지만 투자 가치가 낮다고 시장이 판단하고 있다는 뜻이죠.
이게 중요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집값이 잘 오르는 지역은 투자 수요가 붙기 때문입니다. 전세가율이 낮은 곳일수록, 즉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낮을수록 그 차이만큼의 투자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집처럼 전세가율이 높다면 그 프리미엄이 얇다는 뜻이고, 집값이 오르려면 그만큼 강한 실수요나 정책적 호재가 필요합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보면 지역별 전세가율 추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팔까, 유지할까: 10년 후 순자산 시뮬레이션
2021년 당시, 저도 흔들렸습니다. 같은 해 입사한 동료가 청약에 당첨되고 몇 달 만에 시세가 수억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만 가만히 있다가 영원히 집을 못 사는 게 아닐까'라는 공포가 실제로 밀려왔습니다. 그때 저는 결국 사지 못했습니다. 대출 한도도 부족했고, 솔직히 무섭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선택이 잘한 건지, 못한 건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이 사례에서 분석한 두 가지 선택지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집을 팔고 전세로 전환하는 경우: 순자산 5억 7,300만 원에서 전세 대출 1억을 빼면 실질 여유 자금은 4억 7,300만 원. 이자 절감액 176만 원과 원금 상환액 54만 원을 합친 약 230만 원을 매달 투자할 수 있습니다. 연평균 10% 수익을 가정하면 10년 후 투자금은 약 4억 4,400만 원, 15% 가정 시 약 5억 8,400만 원. 여기에 전세금 잔액을 더하면 10년 후 순자산은 약 10억~11억 6,000만 원으로 예상됩니다.
- 집을 유지하는 경우: 서울 아파트 장기 기대 상승률을 국채 10년물 금리의 1.5배로 봤을 때 연 4.5% 수준. 이 집은 서울 평균의 약 70%만 오른다는 전제로 연 3.2% 상승을 적용하면, 10년 후 매매가는 약 15억~17억. 대출 잔액 약 4억 4,336만 원을 빼면 순자산은 약 10억 6,000만 원~12억 6,000만 원으로 예상됩니다.
숫자만 보면 두 선택의 결과가 10억~12억대로 비슷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계산보다 더 마음에 걸리는 게 있었습니다. 집을 팔았을 때 생기는 230만 원을 정말 투자할 수 있느냐는 문제입니다.
복리 효과(Compound Interest Effect)란 원금뿐 아니라 이미 발생한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는 방식으로 자산이 불어나는 것을 뜻합니다. 230만 원씩 적립식으로 10년을 투자하면 복리 효과가 붙어도 기대만큼 크게 불지 않습니다. 반면 11억이라는 덩어리 자산은 한 번 오르기 시작하면 같은 상승률에서도 절대 금액이 훨씬 크게 늘어납니다. 스노우볼 이펙트(Snowball Effect), 즉 눈덩이처럼 굴릴수록 빠르게 커지는 효과가 적립식보다 덩어리 자산에서 더 강하게 작동한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집을 팔고 자유로워진 현금을 실제로 지켜낼 수 있느냐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이자 부담이 사라지는 순간, 그 여유에 빠르게 적응해버리는 게 사람입니다.
저축률 6%가 진짜 경고인 이유
이 사례를 보면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건 집을 팔아야 하느냐가 아니었습니다. 소득이 950만 원인데 왜 저축률이 6%밖에 안 되느냐, 그게 더 본질적인 질문이었습니다.
순자산(Net Asset)이란 전체 자산에서 부채를 뺀 실질적인 보유 자산을 말합니다. 이 가정의 순자산은 11억에서 대출 5억 2,700만 원을 뺀 5억 7,300만 원입니다. 겉으로는 꽤 괜찮아 보이지만, 매달의 현금흐름이 막혀 있으면 이 숫자는 사실상 손에 잡히지 않는 숫자입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출처: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 평균 저축률은 최근 몇 년간 등락을 반복해왔지만,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높은 가구일수록 저축 여력이 현저히 낮아지는 경향이 뚜렷합니다. 이건 통계가 보여주는 숫자이기도 하지만, 저도 직접 느끼는 현실이기도 합니다.
집이 있든 없든, 소득의 일정 비율을 먼저 빼두는 선저축 후지출 습관이 없으면 자산은 제자리를 맴돕니다. 비정기 지출이라는 게 생각보다 큽니다. 해외여행, 명절, 경조사, 차 수리비. 이런 것들을 미리 반영하지 않으면 평달 지출이 800만 원이어도 연간으로 보면 900만 원 가까이 쓰는 구조가 됩니다. 그 결과가 저축률 6%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소득 950만 원이면 꽤 여유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구조가 이렇게 짜이면 숫자가 커도 남는 게 없다는 걸 이 사례를 보면서 다시 실감했습니다.
집을 팔든 유지하든, 10년 후 순자산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습니다. 더 중요한 건 그 10년 동안 매달의 현금흐름을 얼마나 지켜내느냐입니다. 집값 시뮬레이션보다 지출 구조를 먼저 점검해 보시길 권합니다. 고정 지출 항목을 하나씩 꺼내놓고, 줄일 수 있는 것과 줄일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다음 달 통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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